100년 전 시작한 양자역학! 수학적 공식이나 어려운 원리를 설명하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철학적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바로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라는 도서입니다. 저자 제레미 해리스 보어의 이론이 구축한 어려운 내용을 다 양양한 해석으로 현대물리학이 ㅇㄹ마나 아름답고 복잡한지 안내하는 읽기 쉬운 책입니다.
- 저자
- 제레미 해리스
- 출판
- 문학수첩
- 출판일
- 2025.04.30
전자(electron)가 시계 방향으로 돌면 자전감지기가 켜지고 권총이 발사되어 고양이는 죽는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자전감지기가 침묵하고 권총이 발사되지 않아 고양이는 살아남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전자는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동시에 돌 수 있다. 그러므로 고양이는 죽었으면서도 살아있다……. 죽은 동시에 살아있는 고양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양자역학은 왜 이런 좀비 고양이가 존재한다고 우기는 걸까?
양자역학을 이해하려면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닐스 보어는 ‘관측자가 물리계를 바라보는 순간, 계에 존재했던 여러 상태들이 순식간에 붕괴되고 단 하나의 상태만이 최종 결과로 선택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측’의 기준과 주체 등에 관한 의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우주를 ‘물체가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작은 세계’와 ‘이런 현상이 관측되지 않는 큰 세계’로 나눠버렸다.
그리고 이 이론은 향후 양자역학 해석의 주류로 자리 잡는다. 양자역학 초창기에 ‘주류’를 점유한 물리학자들은 “붕괴에 대해 더 이상 묻지 말라”거나 “닥치고 계산이나 하라”면서 골치 아픈 문제를 덮어버렸다. 정작 본인들도 심기가 몹시 불편했지만, 옳은 답만 내놓는 문제투성이 이론을 차마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문제가 언젠가 해결되기를 바라면서 먼 산을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다.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의 현실적인 해석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은 이유는?
인용에서 보듯 양자역학이 “옳은 답"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즉 이론으로 계산된 값이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토록 정확한 이론을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그리고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이론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 아직은 판별할 수 없었기에, 물리학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어의 애매모호한 설명을 받아들였다.
대학원 물리학 박사과정 중에 인공지능 관련 분야 기업가로 전직한 저자 제레미 해리스는 물리학계의 권위에 도전해도 크게 피해 볼 것이 없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붕괴가 일어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이 별개의 우주로 갈라져 나간다는 휴 에버릿 3세의 ‘다중우주 가설’에서, 파동함수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붕괴된다는 ‘그냥 붕괴이론’, 데이비드 봄의 ‘유도 파동’, 과학이라기엔 조금 수상쩍은 아미트 고스와미의 ‘우주의식’에 이르기까지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각 대안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의 도덕적 가치와 법률체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를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가령, 모든 관측 결과가 보이지 않는 변수에 좌우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숨은 변수 이론’에 따르면 미래는 무작위적이지 않고 숨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움직임을 예측 가능한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행위에 법적 또는 도덕적 책임을 부과하려면, 그는 그 행위를 자유의지로 선택했어야 한다.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범죄자는 외부의 어떤 요인으로부터 범죄를 저지르도록 ‘강요받은’ 무고한 사람일 뿐이다. “내 의뢰인이 땅콩 공장에 불을 지른 것은 그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그 외의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배열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제 의뢰인은 방화범이 아니라, 우주의 법칙에 따라 불을 지를 수밖에 없었던 또 한 사람의 피해자입니다!”
그 밖에도 만물에 영혼(의식)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 20세기 초에 출현한 양자역학 덕택에 어떻게 다시 주목받게 됐는지를 살피거나, 빅뱅이 일어나고 최초의 세포가 출현할 확률과 함께 페르디난트 대공의 운전기사가 길을 잘못 들고 그것이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희박한지를 양자적으로 증명하는 등, 간간이 웃음 터지는 유쾌한 지적 유희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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